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반 사회생활’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90년대초 운동할때만해도 감독님과 선배들의 말은 곧 법 이어서 말대꾸를 하거나 지시한일을 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집합해 빠따 맞았고 심할때는 바로 싸대기를 맞는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한마디 말도 못하고 동기들끼리 하소연 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정당한 지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오게하는 사적 심부름이 많았다. 이뿐인가 운동할 때 선배들이 운동장에 나오는 시간이면 후배들은 모든 운동준비를 마친 상태야 한다.
선배들보다 늦게 나오거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이또한 운동끝나고 집합, 운동 끝날때까지 분위기는 이루 말할수 없이 험학하다. 선배들이 아무말도, 농담도 없이 무표정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후배들은 선배 눈치를 보며 미친 망아지 마냥 이리뛰고 저리뛰며 파이팅을 해 어떻게든 선배들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길 빌고 또 빈다. 그래야 집합해서 빠따 5대 맞을 것을 3대로, 정말 기분이 좋으면 훈육만하고 끝날때도 있기 때문이다. 감독, 코치, 3학년, 2학년 선배 눈치를 차례대로 봐야하고 충성 해야한다. 군대만큼 규율과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기는 곳이 운동 세계다.
개인종목과 달리 단체 구기종목은 선배들도 많고 각자의 관념이 달라 한명 한명 상대하며 입맛 맞추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화난 선배의 눈치를 보며 잘보이기 하면 다른 선배가 질투를 한다. 간혹 질투심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집합으로 빠따를 맞곤 했는데, 이런일들이 있을때마다 일일이 선배들 입맛을 맞추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선배들만 그런가? 개성 넘치는 동기 6명, 이중 한명이라도 선배들이나 감독, 코치님의 성에 안차거나 기분을 뒤틀리게 하면 다 같이 기합을 받거나 빠따를 맞았으니 언제나 학교에 가면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부모님 밖에 안계시고 잘하고 있는 모습만 보이고 싶어 밖에서 동기들과 술과 담배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 중 어떤 말과 행동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유일하면서 소중한 시간 이었다. 술도 많이 마신 것 같다. 그 당시는 소주방이 유행했는데 특히 과일소주, 오이소주 등이 맛있어 즐겨 마시곤했다.
경찰단속이 심해 단골집 하나를 정해놓고 다녔고 경찰단속이 나오기전에 마셔야됐기 때문에 짧고 치열하게 전투적으로 마셨다. 술이 맛있어서 마셨겠는가? 술이 취하면 운동도 선배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날 맞은 빠따도 아프지 않았다. 처음엔“우리 더 열심히 해보자. 최선을 다하고 파이팅하면 못하더라도 귀엽게 봐주고 이쁨 받으며 운동할 수 있을꺼야!”하며 의지를 다지고 재확인하는 시간 이었다.
물론 감독, 코치 선배들의 뒷담화가 주를 이뤘다. 이웃집 불구경 다음으로 재밌는게 남 뒷담화라 했던가? 재미를 넘어 스트레스가 풀렸고 언제부턴가 누구라 할꺼없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청소년기에 사춘기를 격으면서 운동 한다는 이유로 인격, 인권 등은 철저히 무시 당했다. 남들은 우리를 볼 때 운동만 열심히 하는 아이들로 인식 했을지 모른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시절에는 규율과 권위가 강조되었지만, 그것이 인격과 인권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세대에게는 더 나은 환경과 더 나은 길이 열려 있기를 바랍니다. 운동이든, 학교생활이든, 모든 사람이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며 나아가길 바랍니다. 힘든 순간에도 자신을 믿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강함임을 잊지 마세요."